2008년의 동대구 어느날 오후.
2시 15분 수업을 위해서 집을 나섰는데말야,
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15분 정도라 메트로 버스를 타면 $1.25를 내야되거든.
가끔 맘 좋은 버스 기사 아저씨/아줌마 만나면 그냥 타라고도 하지만 대개 쌩까-_-기 땜시 되도록 걸어가.
근데, 오늘은 너무 더운거야. 더워서 막 걸어가면 죽을 것 같아서 메트로를 탔다?
종점으로 향하는 메트로가 아니라서 정류장 반대편에서 내려서 신호를 기다리는데,
우리 멋쟁이 Rapid 버스가 정류장 앞 별다방 앞에서 슬금슬금 움직이는거 아냐...
(R 버스는 정류장에 안서있고 항상 도로가에서 기다리거든)
그래서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열나게 뛰었지.
그렇게 버스앞에 딱 도착하기 직전에, 그 나쁜 기사 아저씨님이 문을 닫고 출발해버리네?
불친절한 버스기사도 많지만 친절하신 기사분들만 겪어봐서 그런지 나 참, 황당해서.
눈 앞에서 버스 놓치고 혹큐를 날리시는 분들을 무표정하게 쳐다봤던 날 원망했다 참.
...
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, 학교 앞 정류장은 항상 학생들로 붐비거든. 복작복작.
머리를 잘~ 굴려서 Rapid와 일반버스 두 대를 보내고 정류장 맨 앞자리에 서있었지.
자리가 텅 빈 Rapid가 도착하고, 휘리릭~ 타서는 자리에 낼름 앉았지. 종점까지 가야하니까.
앉아서 가만- 보니 어디서 많이 보던 아줌마던데, 7번 라인에 자주 보던 기사 아줌마더라구.
멀쩡한 아메리칸 처럼 짙은 쌍커풀에 금발 머리를 자랑하던 아줌마,
일 참~~ 잘하더만.
승객들로 거의 빽빽해진데다가 대고 쌩목으로
"뒤로 가세요~ 모든 승객이 노란선 뒤로 가기 전까지는 버스 출발 안합니다"
.....라고 협박을 하는겨.
세, 네 번 반복했나.. 출발하지 않는 버스에 대고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지.
"뒤에 자리가 없으니까 못움직이는거 아니요! 더 이상 뒤로 못가요!" 라고 항의하는 승객에다대고
"뒤로 물러나주세요! 노란선 뒤로 승객들이 안가면 버스 출발 안합니다. 당신 선택이죠 뭐."
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BBB Driver! [We do the right thing right!] 구호답다 증말.
결국 2초간 웅성웅성하던 인간들은 빽빽~ 한 새장에 새 처럼 밀착하고 버스는 출발했지.
웃긴 건, 약 5분 후에 조금 할랑~ 해 질랑 말랑 할 때 쯤에 꽤 또 한 번 많은 승객이 탔는데 말이지.
사람들이 알아서 '뒤로 움직입시다~ 버스 안가요-_-' 라고 꾸물꾸물 뒤로 가는거아냐?
참~ 학습능력 좋다야. 그챠.
때로는 재수 없기도 하고, 때로는 아-주 친절하기도 하지만,
일관되게, 모든 사람들보다 진심으로 '장애우'를 먼저 챙기고 위하는 그네들이 조금은 부럽다.
주차 금지구역에 차가 주차되어있으면 얼마 안있어서 토우카가 끌고가는 그네들이 조금은 부럽다.
그런고로 꼭 지정된 곳에만 주차하고 양심적으로(억지로) 주차비를 내는 그네들이 조금은 부럽다.
숨김없이 불만도 표출하지만 제대로 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인정하고 바로바로 고치는 그네들이 조금은 부럽다.
세상 모든 자동차들보다 보행자가 우선되게 행동하는 그네들이 조금은 부럽다.
가끔 미친놈들도 있긴하지만, 버스가 도로에서 우선권을 갖는 그네들이 조금은 부럽다.
다 합치면, 아주 많이 부럽다.
우리도 좀 배우자. 그리고, 잊지 좀 말자.
사족. 바쁘신 와중에 너무너무 인상깊고 좋았던 띵가띵가 주신 마기님~ 너무 감사해요. 최고!
사족2. 우리나라 주식시장, 환율 어쩌니...... 내가 정말 할 말이 없다야. 에효. 무식이 죄.
'Real occasion > 지금 이 순간' 카테고리의 다른 글
꽃, 좋아하세요? (12) | 2008.11.06 |
---|---|
끙. (7) | 2008.10.26 |
담소 (2) | 2008.10.16 |
언론의 자유를 논한다 (5) | 2008.07.23 |
양아치 집단, 딴나라당. (4) | 2008.07.18 |